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1875년 저서 「식충식물(Insectivorous Plants)」에서 삭시프라가(Saxifraga) 속의 두 종이 곤충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당시 실험으로는 이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과학원 쿤밍식물연구소의 쑨항(Hang Sun)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4일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다윈의 예측이 옳았음을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종은 다윈이 언급했던 두 종과는 다른,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 남부의 칭짱고원(靑藏高原)·헝돤산맥(橫斷山脈) 해발 2500~3300m 고산 바위틈에 서식하는 삭시프라가 칸델라브룸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진짜 육식식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지, 포획하는지, 소화하는지, 그리고 소화된 영양분을 흡수하는지 네 가지 핵심 조건을 차례로 검증했습니다.
야외 관찰과 표본 조사 결과, 성체 개체 한 그루당 평균 71마리의 깔따구류(Chironomidae) 곤충이 끈끈한 샘털에 붙잡혀 있었으며, 1888년부터 2016년까지 채집된 표본 45점 가운데 43점에서도 동일하게 곤충이 발견됐습니다.
흥미롭게도 실제 꽃가루받이를 담당하는 몸집이 큰 파리류는 거의 포획되지 않아, 이 식물이 수분(受粉)에 필요한 곤충은 피하고 그렇지 않은 작은 곤충만 골라 잡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이 꽃을 냄새는 막고 시각적 신호만 노출한 그룹과, 반대로 시각은 가리고 냄새만 노출한 그룹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냄새를 통한 곤충 유인 효과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됐습니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GC-MS) 분석에서는 곤충을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미르센, 유칼립톨 등의 휘발성 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소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형광 시약(ELF97)으로 인산분해효소 활성을 검사한 결과, 삭시프라가 칸델라브룸의 샘털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식충식물 핑귀큘라(Pinguicula primuliflora)와 마찬가지로 형광 반응이 나타났지만, 곤충을 거의 포획하지 않는 근연종 삭시프라가 필리카울리스(S. filicaulis)에서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질소 동위원소(15N) 추적 실험에서 나왔는데, 15N으로 표지한 초파리를 먹인 삭시프라가 칸델라브룸과 기존에 육식성으로 알려진 끈끈이주걱(Drosera peltata)에서는 체내 15N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반면, 비육식성 대조군 식물에서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특히 흡수된 질소는 잎보다 꽃에서 더 많이 검출되어, 한살이를 마치고 죽는 이 식물이 번식기관에 영양분을 우선 배분한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연구진은 삭시프라가 칸델라브룸의 염색체 수준 유전체를 새로 해독한 뒤, 끈끈이형 포충 방식을 가진 다른 두 육식식물, 그리고 주머니형·협공형 포충 방식을 가진 육식식물까지 총 여섯 종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끈끈이형 포충 방식을 공유하는 세 종에서는 곤충 유인, 소화, 영양흡수와 관련된 유전자군이 공통으로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포충 방식이 전혀 다른 여섯 종 전체에서 공통으로 확장되거나 선택된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육식이라는 같은 생존 전략이 식물마다 서로 다른 유전적 경로를 거쳐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증거로 해석됩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의 더글러스 솔티스(Douglas Soltis) 교수는 삭시프라가과(Saxifragaceae) 식물 다수가 끈끈한 샘털을 갖고 있지만 이 털이 단순히 초식동물을 막는 방어 구조일 수도 있어, 곤충이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육식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곤충 유인 행동, 소화 효소 반응, 질소 동위원소 흡수, 유전체 수렴이라는 네 갈래 증거를 모두 겹쳐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육식성을 확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35만여 종의 현화식물 가운데 육식성으로 확인된 종은 750여 종에 불과하며, 육식성은 서로 다른 14개 과(科)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로 삭시프라가속과 그 상위 분류군인 삭시프라가목(Saxifragales)이 처음으로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기존에 알려진 육식식물 대부분이 습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것과 달리, 삭시프라가 칸델라브룸은 건조하고 척박한 고산 암반 지대에서 서식하는 최초의 고산 육식식물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쑨항 교수는 이 식물이 원격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덕분에 현재 개체군과 분포 범위로 볼 때 기후변화나 인간 활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이며, 별도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윈의 예측이 뒤늦게 입증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는 1862년 마다가스카르의 별모양 난초를 관찰한 뒤 대롱 길이가 30cm에 달하는 미지의 나방이 존재할 것이라 예언했고, 이 나방은 그의 사후인 1903년에야 실제로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피츠버그 식물원의 식물학자 수전 마이어스(Susan Myers)는 형태와 소화효소는 물론 동위원소 표지 실험까지 동원한 연구 설계를 높이 평가하며, 다윈이 관찰과 추론으로 짐작했던 것을 현대 기술이 확인해 냈다고 평했습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단순히 끈끈한 털을 가졌거나 우연히 곤충을 붙잡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다른 식물종들 역시 미처 발견되지 않은 소화·흡수 능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이어스 박사가 "식물학 지식의 표면조차 아직 다 긁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듯,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숨은 육식식물'이 발견될지 학계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기사 내용 참조
[Nature Communications] Identification of carnivory in the flowering plant Saxifraga via multidisciplinary evidence | by Hang Sun et al. | Published 04 August 2026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5288-y
[CNN] Scientists identify carnivorous plant, proving Darwin prediction | by Mindy Weisberger | Published August 4, 2026, 11:53 AM ET | https://edition.cnn.com/2026/08/04/science/carnivorous-plant-charles-darwin-pre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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