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로 교잡 개체 세가시고기, 9년 만에 유전체가 '원상 복구'?!
A 9-year genomic study of hybrid sticklebacks created by the 2011 Tohoku tsunami in Japan found that alleles from the marine species were rapidly purged within about ten generations, allowing the freshwater species to keep its genetic identity.
2011년 도호쿠 쓰나미로 생겨난 일본 교잡종 세가시고기 집단을 9년간 추적한 결과, 바다 종의 유전자가 약 10세대 만에 빠르게 제거되어 담수 종이 유전적 정체성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Tohoku) 지방을 덮친 쓰나미가 만든 새 서식지에서 서로 다른 두 종의 물고기가 섞여 살게 된 뒤, 그 교잡 집단의 유전체가 불과 몇 세대 만에 빠르게 정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호소키 다쿠야(Takuya K. Hosoki)와 기타노 준(Jun Kitano) 등 일본 연구진이 작성해 2026년 9월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공개(오픈 액세스)한 것입니다.
쓰나미와 지반 침하로 이와테현 오쓰치초(Otsuchi Town) 시가지 일대가 침수되면서 샘물이 흘러드는 새 연못들이 생겨났고, 연구진은 2012년 이곳에서 세가시고기(Gasterosteus aculeatus)와 일본해 세가시고기(Gasterosteus nipponicus)의 교잡 집단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쓰나미의 파도가 바다에서 일본해 세가시고기를 실어 왔고, 물이 되돌아 흐르는 과정에서 상류의 담수 세가시고기가 유입되어 두 종이 만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두 종은 약 68만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로 강하지만 불완전한 생식 격리를 유지해 왔고, 쓰나미 이전 오쓰치 지역에서는 교잡종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에 걸쳐 총 2,698마리의 세가시고기를 채집하고 DNA 염기서열 분석(RAD-seq)으로 유전체 변화를 매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표본의 38%가 교잡종이었으나, 이후 일본해 세가시고기에서 유래한 유전자가 계속 줄어 2020년에는 집단이 거의 순수한 세가시고기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집단의 세대 기간은 1년으로 추정되어, 유전체 대부분이 쓰나미 이후 10세대 이내에 정화된 셈입니다.

연구진이 표지-재포획 방법으로 추정한 이 집단의 개체 수는 약 2만 2,485마리였으며, 시뮬레이션에서 무작위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만으로는 이렇게 빠른 유전자 제거를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먼저 제거된 것은 종 사이의 생식 격리에 관여하는 유전자 자리들로, 성염색체인 조상 X(ancestral-X)와 네오 X(neo-X) 염색체를 포함해 담수 환경 생존, 바다 이동 성향, 성적 격리, 교잡종 수컷 불임과 관련된 부위가 처음 몇 세대 안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현장 울타리 실험에서는 각 60마리를 풀어 놓았을 때 약 반년 뒤 세가시고기는 53마리가 살아남은 반면 일본해 세가시고기는 2마리만 생존해, 담수 환경이 일본해 세가시고기에 불리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일본해 세가시고기가 세가시고기보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려는 성향이 강했고, 새 서식지로 되돌아오는 개체가 관찰되지 않아 이러한 일방향 이동도 해당 유전자 제거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초기 몇 세대가 지난 뒤에도 유전체 전반의 제거가 계속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전체 곳곳에 퍼져 있는 다수의 작은 효과 비양립성(도브잔스키-뮬러 비양립성, Dobzhansky–Muller incompatibility)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이즈미(Iwaizumi)와 구지(Kuji)의 다른 쓰나미 서식지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으나, 두 곳에서는 오쓰치보다 일본해 세가시고기 유래 유전자가 더 많이 남아 있었으며 연구진은 초기 집단의 구성 차이가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분석한 유전자 자리 수가 비교적 적다는 점을 한계로 언급하며, 일부 유전자가 남거나 오히려 늘어난 현상이 이형접합 우위 등 적응적 요인 때문인지 우연 때문인지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은 과거 캐나다의 한 호수에서 인간에 의한 환경 교란 이후 두 형태의 세가시고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종 분화의 역전이 보고된 바 있다며, 이번 사례에서는 세 곳 모두 교잡 집단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대비시켰습니다.
연구진은 다윈(Charles Darwin)이 칠레에서 겪은 대지진을 통해 지각 변동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처럼 이번 연구도 재난이 진화의 근본 원리를 관찰할 드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으며, 기후 변화로 쓰나미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교잡의 결과를 예측하는 연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연재해와 인간 활동으로 서로 다른 종이 뜻하지 않게 만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가 종이 유지되는 원리를 밝히는 후속 연구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 기사 내용 참조
[Nature Ecology & Evolution] Rapid genome-wide purging following tsunami-induced hybridization in a stickleback population | by Takuya K. Hosoki et al. | Published: 25 September 2026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6-03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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